법조이사람2024.10.15

검찰·공정위·대기업 거친 ‘경제 약자의 파트너’ 황보윤 변호사

30년 가까운 법조 생활 동안 다양한 직역을 넘나든 황보윤 변호사. 공정위 업무영역의 매력을 말하다.

검찰·공정위·대기업 거친 ‘경제 약자의 파트너’ 황보윤 변호사

검사, 공정거래위원회 간부, 대형로펌 변호사, 대기업 임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30년 가까운 법조 생활 동안 다양한 직역을 넘나든 황보윤(57·사법연수원 22기) 변호사는 “신문의 사회면보다 경제면이 더 익숙하다”며 웃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검사로 법조인 첫 발을 뗀 황보 변호사는 1993년 공정위로 자리를 옮겼다. 연수원 수료 후 공정위로 진출한 동기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공정위의 업무영역이 ‘법과 경제’를 접목시킬 수 있는 일이란 걸 알고 매료됐다고 한다. 학창시절 일본 무역상사의 생생한 경영활동에 호기심을 품고 경제·경영학 전공으로의 진학도 생각했던 그였다.

현직 검사가 공정위로 이직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법조인이 법률전문가라고 한다지만 전문성을 갖춰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한 달 정도 고민하다가 최종 결정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임 검사의 퇴직은 쉽지 않았고, 당시 부장검사와 차장검사를 여러 번 만난 후에야 검찰을 떠날 수 있었다.

공정위에선 사무관으로 일을 시작했다. 공식적 약속이 있던 건 아니지만, 검사 출신 법조인의 전직인 만큼 1~2년 정도 사무관 근무를 한 후 과장 승진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청와대와 다른 행정부처로 이동하면서 사무관 생활은 더 길어졌다.

황보 변호사는 “기약없이 사무관 생활을 했지만, 일 배우는 재미가 있었다”며 “그때 했던 업무들이 대부분 새로운 이슈면서 사실상 최초로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법률은 있었지만 공정위 사건처리절차 규칙, 과징금 부과 고시 등 절차나 집행 관련 규정들이 지금보다 생소할 때였다.

이후 2000년대 초반 공무원들의 이직 바람이 불던 시절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친 그는 2003년 동부그룹에 둥지를 틀었다. 경영 현장에서 ‘살아 있는 경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경영인’이 되고 싶었고, 경영임원이 되고자 했던 그는 입사 과정에서 비서실만 피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회사는 검사 출신에 공정위까지 거친 그에게 준법감시인 역할을 맡겼다. 2010년 동부화재 보상 본부장으로 자릴 옮기고서야 생생한 현장에 보다 가까워졌다.

황보 변호사는 이때를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보상 부분 직원들 사기가 저하돼 있어서 이직률이 회사 평균보다 높았으며,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영업 쪽에 비해 처우나 환경 모두 열악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보상 본부장 맡고서 경영인이자 법률가라 생각하면서 순천, 목포, 안동, 전주 등등 전국 현장을 자발적으로 다녔고, 그런 ‘현장 스킨십’은 곧바로 변화로 나타났다. 현장 여건이 상당 부분 개선되면서, 이직률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그는 동부에서 퇴사한 후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당시를 떠올리며 “동부 시절 현장의 나이 어린 친구들까지 찾아왔다”며, “역시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6년 2월 동부그룹을 떠나와 문을 연 법률사무소 공정은 조만간 만 5년이 된다. 그동안의 다양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공정거래, 하도급, 보험과 관련해 중소기업 자문을 중심으로 하면서 사무실도 어느 순간 궤도에 올라서게 됐다.

그는 “하도급 업체나 중소기업 같은 경제약자들의 사건을 맡으면서 보람 느낀 때가 많다”며 “저 혼자 천년 만년 끌고 갈 수 없는데, 여기 함께 하는 14명의 변호사들이 공정과 함께 계속 성장해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대용 기자

사진=이상섭 기자